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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와 드라마와 자연인 본문

요즘 생각

집회와 드라마와 자연인

라우비 2017. 10. 25. 12:49

2016년 겨울, 보수 정당인 새누리당과 그 우두머리 대통령 박근혜 정부 일어난 일은 여러 모로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세상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 사건은 드디어 터질 게 터진 사건이었고, 기존 질서를 믿었던 사람들에게는 배신감으로 다가왔다. 어느 쪽이든 이대로는 안 되겠기에 거리로 나왔고,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충격받은 사람들도 깃발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그렇게 겨울을 추운 거리에서 보내고 새해가 밝았다. 이제 한국은 공식적으로 바꿀 것이 많은 나라가 되었고, 청산이 가장 큰 목표가 되었다.


탄핵 사태로부터 딱 1년이 되는 지금, 무엇이 달라졌을까.


젊은이들은 자기가 못나서 그런 것이라는(노오오오오오력이 부족해서 내가 이꼴로 사는구나) 상처(일부는 사실이지만)에서 벗어나 세상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나 보다.


"아시다시피 모든 것은 포화나 고갈 상태이며, 인생은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 중에서

가족을 꾸리고 주변도 챙기면서 자수로 성가하고 부귀한 영화를 막 누려버리는 걸 목표로 하는 젊은이를 주인공으로 세워선 이제 설득력이 없다. 그런 건 고도 성장을 구가하던 90년대 초반의 환상일 뿐이다. 그래서 요즘 주인공들은, 자기 할 일만 한다. 얼핏봐도 이건 사회화 과정에 문제가 막 있다 싶은 사람들이 딱 나와서 막 주변 사람들을 막 당황시키면서 자기 생각대로 문제를 풀어나간다. 연애 같은 건 짜쳐서 안(하려고) 한다. 현실에서 그렇게 못해서, 혹은 현실 끄트머리를 헤쳐나가는 세대의 반영이랄까.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옛날 사람들과 부딪힌다.


"우리가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무너져"

"안무너집니다."


비밀의 숲 중에서

그렇다면 고도 성장을 이끈 새대는 어떨까. 90년대 초반에 30-40대였던 사람들. 그분들에게 요즘 핫한 건 '자연인'이란다. 산속으로 들어가 홀로 유유자적하며 사는 사람들 이야기. 그 사람들이 산에서 뜯어온 걸 씹으며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하는 걸 매회 매회 반복하는 이야기. 생각해보면 조금 아이러니하다. 아버지 세대로부터 우리가 받은 미션은 완벽한 사회화다. 세상 물정을 알고 훌륭한 일꾼이 되고, 노력해서 자수로 성가를 딱 하고 떡두꺼비같은 아들을 떡 낳고, 알콩달콩하며 노후 준비. 그렇게 사회화의 화신이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단다. 자신들이 살았던 세상이, 더이상 자신들이 살았던 세상이 아닌 것이다. 이제 세상은 외면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이 바뀌어 버렸다. 그들에 말을 빌리면 '너무 빠르게' 바뀌어 버렸다.


누구 말마따나 '탈조선'할 게 아니라면 자기 앞가림은 해야 한다. 나이와 상관없이. 그게 금전적이든 정신적이든. 사회에서 버티면서 변화할 것은 변화해야 한다고 소리를 높이건, 자연으로 돌아가건. 모두의 건투를 빈다. 나까지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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